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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칼럼] 고향 맛 - 강원도 맛

작성일
2018-05-09
작성자
정소담
조회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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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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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옥 한국여성수련원 원장]

 

아버지는 명절음식 중에 녹두빈대떡을 좋아하셨다. 

내가 어머니의 고향 강원도의 메밀전 보다는 녹두전에 먼저 입맛을 들인 것은 이런 아버지의 미각 때문일 것이다. 

해도가 고향인 아버지의 입맛에 따라 한겨울에 김칫국물에 국수를 말아먹는 일이 잦았고, 

만두를 빚을라치면 숙주와 김치가 듬뿍 들어가고 거기에 돼지고기가 빠지면 안됐다.아버지는 전을 부칠 때도 돼지기름을 고집하셨다. 

남북대화가 전향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요즘,아버지의 입맛을 떠올리게 된다.
 

고인이 되신 아버지는 실향민이셨다. 

춘천에서 터 잡고 살아온 시간동안 아버지는 부모님 생신에는 불을 끄지 않고 주무셨고 고향 이야기를 종종 하셨다.우리가 싫을 만큼.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지면서 평양냉면의 인기가 폭발적이다.

그래서 아버지 생각이 증폭되고 있는 요즘 김치밥이 자꾸 떠오른다. 

김장김치와 돼지고기를 잘게 썰어 넣고 짓는 이 밥은 잘못하면 김치가 타곤 하여 성가시고 그렇게 맛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말이다. 

또 하루에 두 번씩도 ‘평양냉면’집을 가던 평양출신 직장 대선배 생각도 난다.

음식은 우리에게 기억을 소환한다.
 강력한 기호로 작동한다.

그 음식을 먹을 때 분위기, 함께 먹던 사람, 그리고 좋지 않았던 기억까지도 재생시켜 우리를 과거로 돌려놓곤 한다. 

특히 유년의 맛은 더욱 강렬하다. 나는 어릴 적 우리집이 제사를 지내지 않아 제사음식, 그중에서도 원색의 제사용 사탕이 너무나 간절하게 먹고 싶었다. 

어쩌다 외할머니를 따라 외증조할머니 댁에 가야만 구경할 수 있는 그 사탕… 

알록달록한 시각과 달콤함의 미각이 내게는 도달하기 어려운 그 무엇과 대치되었던 것이다. 

제사라는 이름으로 일가친척이 모이는 그 분위기,그건 우리집에서는 허락되지 않은 것이었으니까. 

지난달 말 정선군 북평면이 맛전수관을 개관했다.
 정선의 맛을 보전하고 관광객들에게 그 맛을 제공하기 위한 시설이다. 

개관에 앞서 한국여성수련원이 지역주민들을 교육했다. 맛전수관 운영을 위해 향토음식 요리법을 체계 있게 학습하는 과정이었다. 

가정에서 익숙하게 해먹는 음식이지만 대중에게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서 매뉴얼화 된 조리법과 세팅 등 음식을 지역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도운 것이다. 현지에서 추진되는 교육에 관심을 갖고 몇 번 따라나섰고,주민들과 함께 곤드레밥,곤드레 영양떡,채만두 등을 만드는 실습을 했다. 

연세가 지긋한 어머니들이 늦은 시간 음식을 만들기 위해 전수관으로 모여들었다. 

집에서 만들어 먹었거나 생활개선회 등을 통해 익혀온 조리법이지만 조금 더 모양을 내고 맛의 비법을 배우려는 열정이 가득했다. 

이 교육을 보면서 새삼 입맛이 무얼까 생각하게 되었다. 

지독한 가난의 시절 먹었던 강원도의 음식이 지금은 웰빙음식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그 맛은 단순히 입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험난한 시절을 겪었던 사람들이 추억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것이다. 

문화경험인 것이다. 내가 별맛을 못 느끼는 올챙이국수는 화천산골 출신인 우리 할머니의 추억을 떠올려야 그 맛을 조금이나마 음미할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메밀전병은 오래전 서울로 이사 가서 살았던 이모가 딸 결혼식에 기어이 메밀전병 주문을 해가던 일을 생각할 때 맛이 배가된다. 

‘무엇을 먹었느냐’를 넘어서 ‘누구와 먹었는가’,‘어디에서 먹었는가’를 이야기하는 시대이다.
 

강원도 산골의 부엌에 숨어있던 음식들이 시장으로 나오고, 사람들을 부르는 시절,그 맛을 전하는 분위기,  

그 맛을 내는 사람의 이야기가 어우러져야 더욱 풍성한 맛을 낼 수 있다. 

고향을 맛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더 깊은 전략이 필요하다. 

나도 오늘 저녁은 아버지를 추억하며 김치밥 만들기에 도전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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